광주광역시에서 가장 넓은 근린공원에 최대 규모로 들어서는 ‘중앙공원 롯데캐슬 시그니처’가 순간 그런 처지다. 반전은 없을까?.
지역 최대규모 민간공원 특례사업, 최고 분양가, 롯데캐슬 최대 단지 등 역대급의 수식어가 붙는 이 단지는 지역 고소득층의 명품 주거수요를 겨냥, 수억원의 최고급 가전과 주방, 가구 등 유상옵션을 적용했다. 롯데의 호남권 첫 하이엔드 주거상품 야심작이다.
상무시민공원 북단에 자리한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은 광주 시민의 놀이터와 쉼터의 중심축인 중앙공원에 이러한 특장점이 들어간 전시관과 유닛을 보고 탄성이 이어진다. 그러나 일반분양의 청약 뚜껑을 열어본 날, 결과는 참담했다.
롯데건설이 중앙공원1지구에서 분양 중인 '중앙공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모델하우스 옥외광고 차량이 견본주택을 성곽처럼 에워싸고 있다. 초대형 위용의 모델하우스 내 최고급 유닛과 전시관은 롯데캐슬이 광주 명품 주거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선언이 담겨있다. 김화집 선임기자
청약홈에 따르면 이 단지는 3개 블록 특별공급 소진율 40%, 1순위 청약 경쟁률 2.71 대 1에 그쳤다. 게다가 303가구가 미달로 남았다. 1순위 성적은 지난해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키며 인근 마륵공원과 중앙공원 2지구에서 선보인 '위파크 마륵공원'(5.11 대 1)과 '위파크 더 센트럴'(6.64 대 1)의 절반 수준이다.
중복청약이 가능하고 특히 정부의 청약규제 완화로 동시 분양한 ‘운암자이포레나 퍼스티체’와 같이 동일 세대 부부의 동시 청약도 허용한 데 이어 당첨권 ‘물딱지’ 불법 거래꾼과 단기 시세차익을 겨한 ‘먹튀’족도 가세한 점까지 감안하면, 지역의 철저한 외면으로 ‘헛장사’ 위험도 다분해 보인다.
광주 남단 강진 태생인 김영랑 시인은 소생의 봄을 '찬란하지만 슬픈 계절'로 묘사했다. ‘중앙공원 롯데캐슬 시그니처’의 현재 시간은 긴박한 ‘찬란한 슬픔의 봄’과도 같다. 명운을 건 전사적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의 순간이다. 절망을 아름답고 빛나는 찬란한 희망으로 역전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해답은 멀리 있지 않은 듯이 보인다. ‘빛고을’를 대표하는 명품단지가 빛남으로 가는 길이어서다.
광주광역시 주거명품 시장의 본격 공략을 알리는 롯데건설의 야심작 '중앙공원 롯데캐슬 시그니처' 모델하우스 내 롯데캐슬 홍보 LED. 김화집 선임기자
현지에서는 이 단지의 부진한 청약성적은 사업시행자의 탐욕이 자초한 결과로 '자업자득'이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크다. 그룹의 사세를 내세운 롯데건설이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하면서 잇속을 채우기 위한 특혜로 얼룩지게 했다는 비난이 가득하다.
실제 롯데는 2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3조원 내외로 키우면서 한 해 영업활동에서 벌기 어려운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지방 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와 유착, 지역민에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게 현지 건설업계의 지적이다.
광주 단일규모 최대 재건축단지인 ‘운암자이포레나 퍼스티체’도 고삐 풀린 분양가로 이익을 극대화, 1순위 경쟁률이 1.64 대 1의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사실을 환기, 이익 극대화의 기업들이 지역사회와 입주자를 위해 공익성 사업으로 이익을 환원하는 길을 열어 놓는 ‘통이 큰’ 광주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민간공원 특례사업이었으나, 이미 첫 삽을 뜬 만큼 고분양가에 걸맞은 명품단지로 건설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순간이다.
광주 금호동과 풍암동 일대 중앙공원 내 풍암지와 광주월드컵경기장. 광주시청 제공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토건과 조경, 환경을 막론하고 건설 관련 사업자라면 누구나 숟가락을 얹고자 꿈꾸는 최상의 프로젝트다. 아파트 건설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대규모 택지를 지자체 주도로 손쉽고 저렴하게 획득할 수 있는 데다 다양한 공정에서 소문없는 이익이 짭짤하고 수많은 인허가를 얻는 데도 별 탈이 없어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이 달리 나온 게 아니다.
광주 중앙공원 한복판에는 벚꽃과 철쭉, 장미, 메밀, 동백이 사계절 피어나는, 광주시민이 즐겨 찾는 풍암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속칭 '요단강 다리'로 불린다. 해마다 수질 악화로 악취와 녹조가 끊이질 않음에도 풍암호수에는 오리 가족이 산다. 풍암호수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험난한 산고를 거쳐 축복의 다리를 건너기 일보 직전, 그게 ‘중앙공원 롯데캐슬 시그니처’다.
지금은 박힌 돌을 빼낸 굴러온 돌이 독식하기보다 결자해지에 나설 때다.